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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은 국가 검진에 포함되어 있어, 1~2년에 한 번씩은 하게 되는 것이지만, 대장내시경의 경우 필수 검진 사항도 아니고, 하려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져서 계속 미루다가 최근에 맘먹고 비수면 대장내시경을 받게 되어 저처럼 궁금한 분들이 있을까 해서 후기를 남깁니다.
대장내시경 받게 된 계기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 몸에 이상이 생겨서 항문외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제 증상을 들으시곤 대장내시경을 해 보자고 하셔서, 이렇게 된 김에 해보자 싶어 관련 상담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위내시경도 항상 비수면으로 받았습니다. 제가 수면으로 정신을 잃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위가 안 좋아서 내시경을 해야 했는데 그때는 수면 내시경에 대한 말을 해 준 기억이 없어서 처음부터 비수면으로 위내시경을 했더니, 비수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장내시경 상담해 주시는 분께서 '나도 비수면으로 대장내시경 받았고, 위내시경보다 오히려 쉽다.'라고 했을 때 고민도 없이 비수면을 선택했습니다. 그때는 이 선택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남들이 괜찮으니 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을 비우기 위해서는 물약과 알약 중 선택해야 하는데, 저는 물약을 선택하고 같이 갔던 엄마는 비위가 약하셔서 한약류도 잘 못 드시는 터라 알약을 선택했습니다.
물약은 쿨프렙산이었고, 알약은 오라정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 전 준비
수면 여부와 복용약을 결정하고 나니 주의 사항이 적혀있는 종이와 약을 한 뭉치 내어주십니다.
1. 피해야 할 음식들
약 먹기 3일 전부터는 착색의 위험이 있어 김치류를 먹으면 안 되고, 해조류 섭취 불가합니다. 잡곡밥, 나물류도 안 되고, 씨앗류를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씨 있는 과일이나 견과류도 금지됩니다. 붉은색 고기도 먹으면 안 됩니다.
가능한 것들은 흰쌀밥, 흰 죽, 계란, 두부, 생선, 국물, 빵, 감자, 음료(탄산 맑은 주스 커피 녹차), 사과, 감자, 바나나, 건더기 없고 부드러운 것들입니다.
한마디로 맛있는 건 먹지 말라고 합니다. 살짝 다이어트하는 기분도 듭니다.
잘못 먹었다가는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찜찜한 건 다 피하면서 먹었습니다.
검사 전날에는 식사를 오후 6시 전에 마쳐야 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다음날 오전 검사일 경우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흰쌀죽으로만 식사가 가능합니다.
2. 약 복용하기
그리고 가장 큰 난관, 약 복용이 시작됐습니다. 약 복용 시간은 당일 오전 검사였던 저에게 맞춰진 것이고, 검사시간이 다르면 약복용 시간도 달라질 것입니다.
알약을 먹는 경우
- 전날 저녁 8시 물 한 컵(300cc) 마신 후 오라정 14정을 2정씩 30분 동안 물과 함께 천천히 나눠 먹고, 물 1리터를 마셔야 합니다.
- 당일 새벽 5시 물 두 컵(600cc) 마시고 오라정 14정을 2정씩 30분 동안 물과 함께 천천히 나눠 먹고, 물 1리터를 마셔야 합니다.
물약을 먹는 경우
- 검사 전날 8시 쿨프렙산 A, B제를 물 500cc에 섞어 반씩 30분간 나눠 마시고, 또 섞어서 반씩 30분간 나눠마십니다. 그다음에 물 1리터를 마십니다.
- 당일 새벽 같은 거 같은 과정을 반복합니다.
- 그다음에 가소콜액 2포를 먹습니다.
물 마시는 양은 두 가지 경우 생각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물약의 맛이 정말 이상합니다. 그나마 물뿐만 아니라 색깔 없는 이온음료는 마실 수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물약 마시는 것과 이후 1리터씩 물 마시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3. 약 먹은 후 변화
처음에는 별 이상이 없어서 이러다가 검사 다시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는데 자정이 가까워지니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혹시 사고 칠까 하는 마음에 잠도 편히 들지 못했습니다.
대장내시경 후기
아침에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여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15분 정도면 검사가 끝난다길래 그러려니 하고 검사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장내시경 검사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관이 잘 들어가지 않으면, 바람을 계속해서 불어넣으면서 관을 밀어 넣는데, 몸속에서 그 과정이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잘 안 들어가니 계속해서 반복하는데 이러다가 대장이 찢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냥 거기까지만 검사하고 그만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으나, 제 말은 가뿐하게 넘기시고 조금만 힘내보자고 격려를 하셨습니다.
검사받는 동안 '이런 고통도 못 참겠는데, 독립운동하시는 분들은 그 고문을 어떻게 견디셨을까. 나는 고문받을 일이 생기면 시작도 전에 그냥 불어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끝나지 않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검사받고 나오니 45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저기요? 15분이라면서요?
관이 잘 들어가지 않아 바람을 많이 불어넣었더니, 허리를 펴려고 하면 배가 너무 아파서 집에 가는 동안 허리도 못 펴고 구부정하게 갔습니다.
검사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마른 사람일수록, 장이 꼬여있을수록 검사가 힘들다'고 합니다.
장이 꼬여있는 거야 검사를 받아봐야 아는 사실이고, 제가 아주 마른 편은 아니지만, 저체중과 정상 체중의 경계에 있어 살이 찐 편은 아니었는데, 콤보로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상담하시던 분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라 보이진 않았나 봅니다. 그래도 '장이 꼬여있으면 아플 수 있다'는 정도는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생각해 보니, 말해줬더라도 저는 시도해 봤을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결심했습니다. '절대로 대장내시경은 비수면으로 하지 않는다.'
대장내시경 결과
대장내시경 결과를 받아보니, 저에게서는 용종이 2개, 엄마에게서는 용종 5개가 나왔고, 엄마는 조직 검사까지 받았고 대장암으로도 발전될 수 있는 용종이었다고 했습니다. 늦기 전에 검사를 받길 잘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 불안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스러웠던 결과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그냥 수면으로 내시경 받으세요.
그리고, 꼭 대장내시경 받으셔서 미리미리 큰 병 예방하세요.